사장님, ‘0.61%’라는 숫자가 보이십니까?
오늘은 뉴스 구석에 작게 실린,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피가 마르는 숫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바로 개인사업자 부실채권 비율 10년 3개월 만에 최고라는 대출 관련 기사입니다.
은행 전체가 위기냐고요?
아닙니다.
대기업도 버티고,
주택 담보 대출 받은 가계도 버티고 있습니다.
오직 동네 치킨집, 카페, 편의점을 운영하는 사장님들만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섬뜩한 신호입니다.
은행은 웃는데 사장님은 운다
기사를 보면 국내 은행의 전체 부실채권 비율은 오히려 좋아졌습니다.
대기업이나 중소법인들이 빚을 잘 갚거나,
은행이 관리를 잘했다는 뜻이죠.
그런데 개인사업자(자영업자) 항목만 툭 튀어 올랐습니다.
0.61%. 숫자가 작아 보이나요?
금융권에서 이 수치는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은행이 돈 떼일 확률이 10년 만에 가장 높아졌다는 건,
지금 자영업 현장이 10년 내 최악이라는 뜻입니다.
정부와 은행의 건조한 분석
금융당국과 은행의 설명은 늘 그렇듯 건조합니다.
“고금리가 지속되고 경기가 부진해서 그렇다. 하지만 충당금을 충분히 쌓았으니 은행 시스템은 안전하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말에는 은행은 안전하다는 안도감만 있을 뿐,
무너지는 개인사업자에 대한 처절한 서사는 빠져 있습니다.
그들은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하는데,
이걸 현실 언어로 번역하면 “이제 돈 못 갚는 사장님들 빚은 더 가차 없이 정리(경매, 추심)하겠다”는 소리입니다.
왜 하필 지금, 개인사업자만 이렇게 무너질까요?
“경기가 안 좋아서”라는 뻔한 대답 말고, 그 이면을 5단계로 파고들어 봅시다.
1. 왜 부실채권이 급증했나?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산소호흡기가 떼어졌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때 정부가 “일단 버티세요”라며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고 이자 상환을 유예해줬던 조치들이 종료되고 있습니다.
억지로 막아뒀던 댐이 터지니, 그동안 숨겨져 있던 못 갚을 돈이 통계로 잡히기 시작한 겁니다.
2. 왜 유예가 끝나자마자 못 갚나?
벌어서 갚아야 하는데,
버는 족족 이자 내기도 벅차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때 살기 위해 받은 대출은 변동금리인 경우가 많습니다.
당시 2~3%대였던 금리가 지금은 두세 배로 뛰었습니다.
매출은 제자리인데 나가는 이자 비용만 폭등하니 원금은커녕 이자 갚으려 또 빚을 내는 악순환에 빠졌습니다.
3. 왜 매출은 회복되지 않나?
단순히 손님이 줄어서가 아닙니다.
팔아도 남는 게 없는 비용의 역습 때문입니다.
식자재값, 배달 플랫폼 수수료, 인건비, 전기세까지 모든 비용이 올랐습니다.
예전엔 100만 원 팔면 30만 원 남았다면,
지금은 100만 원 팔아도 10만 원도 못 가져갑니다.
장사는 하는데 통장은 비어가는 기현상이 벌어집니다.
4. 왜 손님들은 지갑을 닫았나?
내수 부진의 진짜 원인은 고객들도 가난해졌기 때문입니다.
고물가가 지속되니 직장인들의 실질 임금이 줄었습니다.
점심값 1만 원이 부담스러워 도시락을 싸 다닙니다.
사장님의 고객인 평범한 이웃들이 지갑을 닫아버리니,
자영업 시장에 돈이 돌지 않습니다.
5. 왜 개인사업자만 유독 취약한가?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 사회의 기형적인 구조에 있습니다.
은퇴한 베이비부머와 취업 못한 청년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가 자영업뿐이었습니다.
시장은 좁은데 치킨집, 카페는 너무 많습니다.
과밀 경쟁 상태에서 경기 침체라는 파도가 덮치니,
자본력이 약한 개인사업자부터 쓸려나가는 것입니다.
이건 개인의 무능함보다는,
사회 구조가 만든 비극에 가깝습니다.
은행은 손을 털고, 사장님은 빚을 떠안는다
기사 마지막을 보면 은행은 부실채권을 5조 6천억 원이나 정리(상각 또는 매각)했다고 합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고요?
은행은 장부에서 이 골치 아픈 빚을 지워버리고(손실 처리하거나 헐값에 채권추심업체에 넘기고) 건전성을 회복했다는 뜻입니다.
그 빚은 이제 은행의 손을 떠나 독촉 전화와 압류라는 날카로운 칼이 되어 사장님들의 일상을 파고들 겁니다.
10년 만의 최고치라는 이 건조한 통계 뒤에는, 폐업 신고조차 돈이 들어 못하고 있는 수많은 가장들의 한숨이 깔려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