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오르니 개미 탓? 서학개미 세금 폭탄, 정부의 황당 논리

원달러 환율이 미친 듯이 치솟고 있다.
나라 경제에 빨간불이 켜지자 정부가 꺼내 든 카드는 씁쓸하게도 국민 탓으로 비친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 일명 서학 개미들에게 세금을 더 매길 수 있다는 엄포를 놓은 것이다.

여기에 국민들의 노후 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까지 눈칫밥을 먹고 있다.
도대체 왜 정부는 돈을 벌어오는 사람들을 문제 삼는 것일까.
이 답답한 상황의 인과관계를 바닥까지 긁어 파헤쳐 본다.

환율 방어라는 명분, 그리고 희생양이 된 개미들

정부의 논리는 단순하다.
환율이 오르는,
즉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를 달러가 해외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라고 본다.

서학 개미들이 원화를 팔고 달러를 바꿔 미국 주식을 사들이니,
국내에 달러가 마르고 환율이 오른다는 계산이다.

그래서 나온 발상이 ‘해외 주식 양도세 강화’다.
세금을 더 때려서라도 해외로 나가는 돈줄을 죄겠다는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 환율 방어는 발등의 불이다.
수입 물가가 폭등하면 민생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산 증식을 위해 합리적인 선택을 한 개인들에게 환율 상승의 책임을 전가한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에 미래가 없어 떠난 것뿐인데,
정부는 이를 애국심 부족이나 과욕으로 몰아가며 ‘세금’이라는 몽둥이를 들고 서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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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이냐, 환율이냐

더 큰 문제는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현재 486조 원,
전체 자산의 약 40%를 해외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정부 입장에서 국민연금은 거대한 ‘달러 유출 통로’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입장은 절박하다.
저출산 고령화로 연금 고갈 시계는 빨라지고 있고,
좁아터진 국내 주식 시장(박스피)만 바라보다가는 수익률을 낼 수 없다.

국민들의 노후를 책임지려면 수익률이 높은 해외로 나가는 것이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다.

결국 수익성을 좇아야 하는 연금과,
환율 안정을 위해 달러를 붙잡아두려는 정부의 목표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살기 위해 나가는 것인데,
정부는 가지 말라고 발목을 잡는 꼴이다.

왜 우리는 떠날 수밖에 없는가?

그렇다면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왜 서학 개미와 국민연금은 한국을 버리고 미국으로 떠나는가?

1. 왜 자본은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향하는가?

단순하다. 한국 시장보다 미국 시장의 기대 수익률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자본은 냉정해서 더 많은 이익을 주는 곳으로 흐른다.

2. 왜 한국 시장은 수익률이 낮고 매력이 없는가?

한국 기업들의 성장 동력이 꺼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등 일부를 제외하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혁신 기업이 부족하다.
반면 미국은 AI, 빅테크 등 미래 산업을 주도하며 전 세계의 돈을 빨아들이고 있다.

3. 왜 한국에는 혁신적인 성장 기업이 부족한가?

기존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가 한계에 봉착했음에도,
새로운 산업으로의 전환이 더디기 때문이다.

규제에 가로막혀 신사업이 크지 못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라 불리는 낙후된 지배구조와 주주 환원 정책이 투자자들을 질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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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왜 산업 구조 개편과 주주 친화적 환경 조성이 안 되는가?

정치와 정책이 장기적인 체질 개선보다는 단기적인 미봉책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근본적인 처방보다는,
당장 표가 되거나 관리하기 쉬운 규제 위주의 정책이 반복된다.

이번 해외 주식 과세 논란도 근본 원인 해결이 아닌,
당장의 환율만 누르려는 전형적인 단기 처방이다.

5. 왜 정부는 근본적인 해결책 대신 단기 처방에 집착하는가?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고통스럽고 시간이 오래 걸리며, 정치적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반면 개인 투자자나 연금의 팔을 비트는 것은 행정적으로 즉시 시행 가능하고 가시적인 효과(처럼 보이는 것)를 낼 수 있다.

결국 ‘매력적인 시장을 만들지 못한 무능’을 감추기 위해,
더 나은 곳을 찾아 떠나는 투자자들에게 ‘왜 떠나냐’며 화살을 돌리고 있는 셈이다.

정리하자면,

정부가 세금으로 위협하고 눈치를 준다고 해서 떠나는 자본을 막을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한국 주식 시장이 매력적이라면 시키지 않아도 돈은 들어온다.
지금의 자본 유출은 한국 경제의 체력이 고갈되었음을 알리는 경고음이다.

서학 개미와 국민연금이 해외로 나가는 건 비애국적 행위가 아니라 생존 본능이다.

이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물이 새는 배에서 탈출하려는 승객을 나무라는 것과 같다.

배를 수리하고 튼튼하게 만들 생각은 하지 않고,
탈출구를 막아버리겠다는 발상은 참으로 씁쓸하고 위험하다.

억지로 막은 댐은 결국 더 크게 터지기 마련이다.
지금 필요한 건 세금 징수가 아니라,
돈이 머물고 싶게 만드는 한국 시장의 근본적인 매력 찾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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