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는 왜 나락으로 갔나?

수십 년간 누적된 일본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인 저성장, 고령화로 인해 통화 정책의 한계에 부딪히자, 신임 내각이 이를 해소하기 위해 시장의 신뢰를 훼손하는 무리한 재정 확장 정책을 선택한 것이 현재 ‘셀 재팬’ 현상의 근본 원인입니다.

즉, 구조 개혁 대신 재정 악화 위험을 키우는 단기 처방을 선택한 데 대한 시장의 강력한 불신이 표출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엔화 가치가 급락하고 장기채 금리가 크게 오르는 ‘셀 재팬(Sell Japan)’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 다카이치 내각의 ‘빚내서 경기 부양’ 도박이 미국의 고금리 기조, 중국과의 갈등과 정면 충돌하며 ‘엔화 투매’라는 폭탄으로 돌아왔다.
  • 아니, 일본 망하나요? 엔화가 157엔을 뚫고 국채 금리는 2008년 이후 최고라던데요?

왜 시장은 일본 자산(엔화, 채권)을 미친 듯이 팔아치우고 있을까요?

“일본 정부의 지갑 사정을 믿을 수 없어서”입니다.

투자자들이 보기에 지금 일본 정부가 돈을 너무 막 쓰려고 합니다.

나라 빚은 이미 산더미인데, 지출을 더 늘리겠다고 하니 “어? 이러다 일본 재정 터지는 거 아냐?”라는 공포심에 투자금을 빼서 달러로 바꾸고(엔 매도), 일본 국채를 던지고(국채 금리 상승) 있는 거죠.

왜 갑자기 재정 악화 공포가 확산된 거죠?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역대급 돈 풀기’ 정책 때문입니다.

새로 취임한 다카이치 내각이 “경기를 살리겠다”며 무려 20조 엔(약 186조 원)이 넘는 초대형 경기 부양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이는 작년 예산보다 훨씬 큰 규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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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내서 빚 갚기도 벅찬 마당에, 또 빚을 내서 돈을 푼다니 시장은 “이건 무리수다”라고 판단한 겁니다.

왜 다카이치 총리는 시장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돈 풀기’를 고집할까요?

‘아베노믹스’의 계승과 정치적 입지 때문입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책을 이어받아, 금융 완화(금리 인하 유지)와 재정 지출로 경기를 띄우는 것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당장 국민들에게 보여줄 경제 성과가 급하고,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긴축보다는 ‘확장’이라는 달콤한 카드가 필요했던 거죠.

왜 이 타이밍에 ‘돈 풀기’가 특히 치명타가 되었을까요?

미국(Fed)이 금리를 내릴 생각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돈 풀래(금리 낮게 유지)”라고 하는데, 미국 연준은 “어? 인플레 안 잡히네? 금리 인하 미뤄!”라고 나와버렸습니다.

미국 금리는 높은데 일본만 낮으니, 돈은 당연히 이자 많이 주는 미국(달러)으로 몰려갑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본 정부가 12월 고용지표 발표까지 늦추면서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은 뒤도 안 돌아보고 일본을 떠나게 된 겁니다.

왜 일본은 이 진퇴양난(재정 악화 vs 엔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가?

‘구조적 딜레마’와 ‘지정학적 리스크’의 결합 때문입니다.

일본 경제는 인위적인 부양책(돈 풀기) 없이는 자생적인 성장이 어려운 구조가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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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를 올리자니 막대한 국채 이자를 감당 못 하고, 돈을 풀자니 엔화가 똥값이 되는 ‘외통수’에 걸린 겁니다.

여기에 다카이치 총리의 강경한 대만 발언으로 중국과의 갈등(지정학적 리스크)까지 터지며, 경제 논리에 안보 불안까지 더해져 ‘일본 탈출’이 가속화된 것입니다.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보통 원화는 엔화와 같이 움직이는(동조화) 경향이 있어서, 엔화가 떨어지면 원화 가치도 같이 떨어집니다.

엔화가 너무 싸지면 일본 제품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해외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우리 수출 기업에겐 악재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이 기회다!” 하며 일본 여행 가려는 분들에겐 좋지만, 환율 변동성이 너무 커서 환전 타이밍 잡기가 눈치싸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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