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코인 몰수 및 추징에서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전년 대비 무려 1,519% 증가한 1,344억 원이라는 수치는 수사 당국이 범죄 수익 환수에 전력을 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가시적인 성과 뒤에는 금융 시장을 위협하는 문제와 제도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단순히 범죄 수익을 많이 찾아냈다는 사실을 넘어, 왜 범죄 조직이 코인으로 몰리는지, 그리고 힘들게 확보한 범죄 수익이 왜 온전한 피해 구제로 이어지지 못하는지 그 인과관계를 분석해 봅니다.
코인으로의 자금 이동과 범죄 수단의 진화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흐름은 범죄 자금의 주요 통로가 변화했다는 점입니다.
과거 범죄 조직은 현금이나 대포통장을 이용해 자금을 세탁했지만, 현재는 그 비중이 코인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습니다.
전체 범죄 수익 몰수액 중 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불과 1년 만에 1.3%에서 25.3%로 폭증한 데이터가 이를 방증합니다.
범죄 조직 입장에서 코인은 추적 회피 비용 대비 기대 수익이 높은 효율적인 세탁 수단입니다.
기존 금융 시스템인 은행은 국경 간 거래 시 엄격한 기록과 감시가 수반되지만, 코인은 인터넷망을 통해 손쉽게 국경을 넘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코인 환치기가 성행하는 이유입니다.
특히 최근 캄보디아나 필리핀 등지에 거점을 둔 범죄 조직들은 현지 대기업이나 사설 환전소와 결탁하여 조직적으로 자금을 세탁하고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등으로 갈취한 자금이 국내 조직폭력배를 거쳐 코인으로 환전되고, 이것이 다시 해외로 송금되어 추적 불가능한 자금으로 변모하는 것입니다.
이는 범죄 기술이 이미 고도화된 디지털 핀테크의 형태를 띠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사법 절차의 지연과 가치 변동성의 딜레마
문제는 수사기관이 뛰어난 추적 역량으로 이 복잡한 자금 흐름을 파악하고 코인을 압수하더라도, 실질적인 피해 복구 단계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사법 절차의 물리적 속도와 코인의 시세 변동성 사이의 괴리에서 기인합니다.
현행법상 수사 단계에서 압수된 코인은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처분할 수 없습니다.
수사부터 재판 확정까지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이 소요되는 기간 동안 압수된 자산은 시장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됩니다.
코인 시장은 하루에도 수십 퍼센트씩 등락을 거듭하는 초고위험 시장입니다.
범죄 수익을 압수해 두더라도 지루한 법정 공방 사이 코인 가격이 폭락하거나 상장 폐지가 될 경우, 그 가치는 사실상 소멸하게 됩니다.
결국 범인을 검거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에게 돌아갈 자산이 사라지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합니다.
기술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제도의 지체
이러한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국경과 실체가 없는 디지털 범죄를 물리적 실체에 기반한 전통적인 사법 시스템으로 통제하려다 보니 발생하는 구조적 한계에 있습니다.
기존의 형사소송법과 몰수 관련 규정은 압수물이 현금이나 부동산처럼 가치 변동이 적은 실물 자산임을 전제로 설계되었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자산 시대에 이러한 낡은 틀을 그대로 적용함으로써, 피해자 구제라는 실질적 정의가 경직된 절차에 가로막히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습니다.
국회와 수사 당국에서 판결 확정 전이라도 가치 하락의 우려가 있는 경우 조기에 현금화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을 요구하는 배경입니다.
제도적 유연성의 필요성
코인 범죄 생태계의 확장은 단순히 범죄의 양적 증가를 넘어, 우리 사회의 법적 인프라가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투자자 관점에서도 이러한 구조적 리스크를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범죄 수법이 고도화될수록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 정비는 필수적입니다.
디지털 자산의 특성에 부합하는 유연한 법제도, 예컨대 몰수 보전 자산의 패스트트랙 처분 제도 등이 마련되어야만 건전한 투자 생태계가 조성되고 투자자의 자산 또한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