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 시장이 2년여의 침묵을 깨고 올해 0.2% 성장하며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투자자의 시선에서 이 숫자는 단순한 ‘실적 턴어라운드’ 이상의 복잡한 시그널을 담고 있습니다.
전체 6조 원 시장을 방어해 낸 이 미약한 성장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그 이면에 어떤 구조적 변화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인과관계를 추적해 보았습니다.
1. 2년 연속 역성장하던 시장은 왜 갑자기 반등했는가?
표면적인 이유는 명확합니다.
다이소와 편의점으로 대변되는 초저가 소용량 유통 채널의 시장 진입 덕분입니다.
기존 시장이 백화점이나 전문몰 중심의 고가 대용량 제품 위주였다면, 올해의 성장은 1,000원에서 5,000원 사이의 ‘균일가 제품’이 견인했습니다.
이는 건기식의 정체성이 큰맘 먹고 사는 약에서 매일 장바구니에 담는 생활 소비재로 전환되었음을 의미합니다.
2. 그렇다면 왜 소비자는 하필 지금, 저가 채널에 반응했는가?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 보면, 경기 침체와 건강 욕구 사이의 괴리가 발견됩니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가처분 소득은 급격히 줄었지만, 팬데믹 이후 정착된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로 인해 건강 관리를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즉, 소비자는 건강을 챙기고 싶지만 지갑은 얇아진 상황에서, 유통업계가 제시한 부담 없는 가격이라는 타협점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입니다.
3. 왜 기존의 프리미엄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는가?
이 지점에서 시장의 주도 세력인 2030 세대의 소비 패턴 변화를 주목해야 합니다.
이들은 ‘브랜드’보다 ‘성분’과 ‘가성비’를 철저히 따지는 스마트 컨슈머입니다.
비싼 모델을 쓴 유명 브랜드나 다이소 제품이나 제조원(ODM)은 동일하다는 정보 비대칭의 해소가 결정적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과거 고마진을 정당화했던 브랜드 프리미엄 거품이 걷히고, 성분 대비 가격이라는 냉정한 잣대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4. 이러한 현상이 왜 일시적 유행이 아닌 구조적 변화인가?
저가 경쟁은 단순한 가격 인하가 아니라, 시장 권력(Hegemony)의 이동을 야기하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제품을 기획하는 ‘제조사(브랜드)’가 시장을 주도했다면, 이제는 가격 결정권과 고객 접점을 쥔 ‘유통 플랫폼’이 룰 메이커(Rule Maker)가 되었습니다.
다이소나 편의점이 PB 상품을 통해 시장 가격을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기존 건기식 업체들의 마진 구조는 영구적인 재편 압력을 받게 되었습니다.
5. 결국 이 시장은 앞으로 왜 재편될 수밖에 없는가?
마지막 질문을 통해 도달한 결론은 ‘생존을 위한 불황형 시장 구조의 고착화’입니다.
0.2%의 반등은 수요 폭발이 아닌, 공급자가 마진을 깎아 수요를 억지로 창출해 낸 결과값입니다.
이제 건기식 시장은 마케팅 싸움에서 원가 경쟁력과 품질 관리(QC) 싸움으로 전장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가격은 낮추되 품질 신뢰를 잃지 않는 기업만이 살아남는 치킨 게임이 시작된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향후 투자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합니다.
화려한 브랜딩을 앞세운 B2C 기업보다는, 다이소나 대형 편의점 채널에 안정적으로 저가 물량을 공급하면서도 이익을 낼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갖춘 대형 ODM/OEM 기업이나, 시장 재편의 주도권을 쥔 오프라인 유통 플랫폼이 실질적인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큽니다.
시장의 문턱은 낮아졌고 경쟁은 치열해졌습니다.
이제는 누가 더 비싸게 파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효율적으로 공급하느냐가 기업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지표가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