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비교 차단, 이 이야기를 조합하면서 발견한 것
장사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겁니다.
“내 상품, 왜 맨날 최저가 경쟁에 끌려다니지?”
네이버 쇼핑에서 같은 상품끼리 한 줄로 죽 늘어섭니다.
가격순 정렬.
제일 싼 데가 1등.
나는 밀립니다.
그런데 이상한 게 있습니다.
어떤 사업자들은 이 줄에 안 서 있습니다.
비교 자체가 안 됩니다.
이 사람들이 뭘 한 건지 추적해봤습니다.
기사, 데이터, 규제 자료를 모아서 조합해보니 꽤 흥미로운 구조가 보였습니다.
비교를 막는 사람들은 이미 있었습니다
가장 노골적인 사례가 통신사였습니다.
2025년 10월 국회 자료가 나왔습니다.
한국 이동통신 3사의 요금제, 총 357개.
SK텔레콤 151개. KT 117개. LG유플러스 89개.
미국 버라이즌은요? 3개입니다.
일본 NTT도코모는요? 11개입니다.
한국만 비정상적으로 많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요금 차이가 1,000원에서 2,000원밖에 안 되는 중복 요금제가 수두룩합니다.
결과가 뭐냐면요.
소비자가 비교를 포기합니다.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으니까 그냥 쓰던 거 쓸래.”
요금제가 3개면 소비자가 고릅니다.
요금제가 357개면 소비자가 멈춥니다.
이게 바로 가격 비교 차단의 핵심 원리였습니다.
식품 업계는 용량으로 이걸 했습니다
통신사는 요금제 수로 비교를 막았습니다.
식품 업계는 용량으로 막았습니다.
견과류 210g이 190g이 됐습니다.
우유 1,000mL가 900mL가 됐습니다.
즉석식품 600g이 550g이 됐습니다.
가격은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용량이 바뀌었으니, 과거 상품과 직접 비교가 안 됩니다.
경쟁사 상품과도 g 수가 달라서 비교가 안 됩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여러 차례 적발했습니다.
고지 없이 몰래 줄인 제품만 9개 이상이었습니다.
(조선일보, 2024.7.24)
(푸드아이콘, 2025.3.31)
소비자는 “어? 이거 양이 좀 줄었나?” 정도로 느낍니다.
하지만 숫자를 대조해보기 전까지는 확신이 없습니다.
그 확신 없음이 가격 민감도를 낮추는 구간입니다.
마트 PB상품도 같은 구조였습니다
대형마트 PB 즉석밥.
제조원이 전부 같습니다. 시아스라는 회사입니다.
그런데 이마트는 12개 묶음, 롯데마트는 다른 묶음 수.
용량도 미세하게 다릅니다.
포장도 다릅니다.
결과는요.
같은 공장에서 나온 밥인데 소비자가 가격을 비교하려면 계산기를 꺼내야 합니다.
최대 10% 가격 차이가 숨어 있었습니다.
이걸 보면서 발견한 게 있습니다.
비교를 막는 건 속이는 것이 아니라 구성을 다르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같은 걸 파는데 포장 단위만 바꿔도 비교가 멈춥니다.
이건 다크패턴이라는 이름이 이미 붙어 있었습니다
이 전략, 글로벌 UX 업계에서는 진작에 분류해놨습니다.
이름이 있습니다.
Comparison Prevention. 비교 방해입니다.
통신사 요금제, 보험 상품, 호스팅 서비스.
전 세계적으로 번들 구성을 의도적으로 다르게 설계해서 비교를 막는 전략.
공식적인 다크패턴의 한 유형입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2025년 2월 14일부터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됐습니다.
다크패턴 6가지 유형을 법으로 금지했습니다.
계도기간은 2025년 8월에 끝났습니다.
이미 과태료 부과 첫 사례가 나왔습니다.
(코딧, 2025.10.23)
(법무부 블로그, 2025.7.9)
그런데, 판이 바뀌고 있습니다
여기서부터가 핵심입니다.
2026년 4월.
쿠팡, 네이버쇼핑, G마켓, 11번가.
연간 거래액 10조 원 이상 온라인 쇼핑몰에 단위가격 표시제가 의무화됩니다.
100g당 얼마. 이게 상품 옆에 자동으로 뜹니다.
지금까지는 용량을 450g으로 만들든 500g으로 만들든 소비자가 직접 계산해야 했습니다.
4월 이후에는 플랫폼이 계산해서 보여줍니다.
용량을 아무리 다르게 만들어도,
g당 가격이 나란히 놓이는 순간,
가격 비교 차단은 효력을 잃습니다.
동시에 슈링크플레이션 규제도 확대 중입니다.
2025년 12월, 정부가 치킨 업종에 조리 전 중량 표시제를 도입했습니다.
위반 시 1차 500만 원, 2차 1,000만 원 과태료입니다.
그러면 사업자는 지금 뭘 봐야 하는가
이 모든 이야기를 조합하면, 타이밍이 보입니다.
지금 이 순간, 2026년 3월입니다.
단위가격 표시제 시행까지 딱 한 달 남았습니다.
온라인에서 용량과 구성 차별화로 비교를 막던 방식이 작동하는 마지막 구간입니다.
2026년 4월 이후.
비교가 자동으로 됩니다.
그때부터는 비교를 막는 전략이 아니라 비교당해도 이기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데이터가 하나 더 있습니다.
가격 투명성과 브랜드 충성도 관계를 조사한 보고서에서,
가격 정책이 투명한 브랜드일수록 소비자 신뢰가 올라가고, 재구매율이 높아진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즉, 지금 비교를 막아서 단기 마진을 지킨 사업자와
비교를 열어두고 신뢰를 쌓은 사업자.
4월 이후에 어떤 쪽이 유리해지는지는 데이터가 이미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사업자가 체크할 것
여기에 적힌 건 전부 이미 벌어진 사실입니다.
이걸 어떻게 쓸지는 각자의 판단입니다.
다만 이 사실들을 조합했을 때, 한 가지는 분명했습니다.
비교를 막는 시대에서
비교되는 시대로 넘어가는
전환점이 한 달 앞에 있습니다.
357개 요금제를 만들어서 소비자를 지치게 하는 방식,
용량을 살짝 줄여서 과거 상품과 비교를 끊는 방식,
포장 단위를 다르게 해서 경쟁사와 나란히 놓이지 않는 방식.
이 모든 것의 유통기한이 정해졌습니다.
규제가 오고 있고,
플랫폼이 단위가격을 보여주기 시작하고,
소비자의 눈이 이미 바뀌고 있습니다.
이 타이밍에 내 상품의 경쟁력이 비교를 못 하게 만드는 것 위에 서 있는지,
아니면 비교해도 고르게 만드는 것 위에 서 있는지.
그 차이가, 4월 이후의 매출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