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비교 차단. 이 단어를 처음 들으면 소비자를 속이는 나쁜 짓처럼 들립니다.
그런데 자료를 모아보니까 좀 다른 그림이 보였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뭔가를 파는 사람이라면,
지금 이 순간에도 플랫폼 알고리즘이 내 마진을 깎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구조 안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전부 “비교 자체가 안 되는 상품”을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
이걸 발견했습니다.
가격 비교 차단이 필요해진 진짜 이유, 알고리즘이 내 돈을 먹고 있습니다
이야기 하나 해볼게요.
스마트스토어에서 열심히 상품을 팔던 한 셀러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매출이 뚝 떨어졌습니다.
이유를 찾아보니까, 네이버가 자동으로 내 상품을 쿠팡 상품과 가격비교로 묶어버린 겁니다.
내 상품보다 500원 싼 셀러가 있으니까, 내 상품은 검색에서 사라졌습니다.
이게 한두 명 이야기가 아닙니다.
쿠팡은 더합니다.
AI가 실시간으로 다른 플랫폼 가격을 스캔합니다.
다른 데서 100원이라도 싸게 팔면?
쿠팡이 자동으로 가격을 깎아버립니다.
그 차액은요?
셀러한테 청구합니다.
매출의 최대 15%까지.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같은 상품을 파는 한,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가격을 통제합니다.
내가 정한 가격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정한 가격으로 팔리는 겁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공통점, 비교 자체를 없앴습니다
그럼 이 구조에서 마진을 지키는 사람들은 뭘 하고 있을까요.
자료를 모아보니까 패턴이 보였습니다.
전부 다, 상품 구성을 바꿨습니다.
같은 물건인데 용량, 개수, 조합을 다르게 만들어서
플랫폼이 같은 상품으로 묶을 수 없게 만든 겁니다.
CJ제일제당, 채널마다 다른 상품을 만들었습니다
CJ제일제당은 2023년부터 아예 유통 채널별로 전용 상품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홈플러스에는 스팸 120g을 넣었습니다. 기존 200g이 아닙니다.
햇반은 130g짜리 12개입입니다. 기존 210g짜리 6개입이 아닙니다.
컬리에는 골든퀸쌀밥을 단독으로 만들어서 3주 만에 7,000세트 완판.
홈플러스의 스팸과 쿠팡의 스팸은 용량이 다릅니다.
그램당 단가를 계산하기 전에는 뭐가 더 싼지 알 수가 없습니다.
비교 자체가 성립이 안 됩니다.
다이소 전용 화장품, 4개월에 100만 개 팔렸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이 다이소에 “미모 바이 마몽드”를 만들었습니다.
기존 마몽드랑 브랜드명도 다르고, 용량도 다르고, 가격대도 다릅니다.
5,000원 이하 소용량.
올리브영 제품이랑 비교? 불가능합니다.
결과는요.
4개월 만에 누적 100만 개 돌파.
삼성과 LG, 모델명을 다르게 붙입니다
같은 기능의 냉장고인데,
백화점용은 모델명 A, 하이마트용은 모델명 B, 온라인 전용은 모델명 C.
소비자가 다나와에서 검색해도 같은 제품이라는 걸 알기 어렵습니다.
대기업이 전부 이렇게 하고 있었습니다.
이 구조를 만든 건 누구인가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이 있었습니다.
CJ제일제당이 왜 갑자기 채널별 전용 상품을 만들기 시작했을까요.
자료를 보니까, 쿠팡과 납품가 갈등이 먼저 있었습니다.
CJ와 쿠팡의 납품가 신경전이 장기화되면서,
CJ는 쿠팡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 다른 채널과 손을 잡았습니다.
홈플러스, 컬리, 배민, 신세계.
각 채널에 전용 상품을 만들어주면서 마케팅 지원을 집중받는 구조를 만든 겁니다.
쿠팡은요?
CJ 햇반이 빠지자 중소 제조사 PB 제품으로 대체했습니다.
중소기업 즉석밥 판매가 전년 대비 최고 100배 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발견한 건 이겁니다.
대기업 제조사도 플랫폼한테 끌려다니지 않으려고 “비교 불가능한 상품”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전략이 실제로 매출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것도 발견됐습니다
이 전략이 만능은 아니었습니다.
반대쪽 자료도 모아봤습니다.
규제가 시작됐습니다
2023년 12월, 정부가 움직였습니다.
생필품 용량 변경 시 포장지에 의무 표시해야 합니다.
안 하면 과태료 최대 3,000만 원입니다.
2025년 2월에는 전자상거래법이 개정됐습니다.
소비자의 가격 비교를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다크패턴 6가지 유형이 금지됐습니다.
처음엔 싸게 보여주고 나중에 추가금을 붙이는 “순차공개 가격책정”,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비교하는 걸 어렵게 만드는 “가격비교 방해”.
이런 것들이 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게 된 겁니다.
소비자가 똑똑해지고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주요 9개 식품이 용량을 줄이면서 가격을 유지했는데
그중 66.7%가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이게 뉴스가 되고, SNS에 퍼지고, 유튜브에서 “그램당 단가 비교법”이 공유됩니다.
소비자가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하면, 단순히 용량만 바꾸는 건 통하지 않습니다.
채널마다 다른 가격을 매기면 브랜드 불신이 생깁니다
한 화장품 브랜드가 자사몰, 쿠팡, 네이버에서 각각 다른 가격을 매겼습니다.
소비자는 혼란스러워했고, “도대체 어디서 사야 하는 거야?”라는 불만이 쌓였습니다.
그래서, 이 안에서 뭘 발견할 수 있는가
자료를 전부 모아놓고 보니까 이런 구도가 그려졌습니다.
가격으로만 싸우면 플랫폼 알고리즘이 마진을 먹습니다.
쿠팡의 다이내믹 프라이싱, 네이버의 카탈로그 매칭.
같은 상품으로 인식되는 순간, 가격 결정권은 내가 아니라 플랫폼에 있습니다.
구성을 바꾸면 비교 대상이 사라집니다.
CJ는 채널별 전용 상품으로 마케팅 지원까지 받고 있고,
다이소 전용 화장품은 4개월 만에 100만 개가 팔렸고,
셀러들은 묶음 구성을 바꾸는 것만으로 가격비교 매칭에서 빠져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선이 있습니다.
용량만 줄이고 가격을 유지하면 과태료입니다.
비교를 의도적으로 방해하면 다크패턴으로 법적 제재입니다.
소비자가 “꼼수”라고 인식하면 브랜드가 무너집니다.
이 사이 어딘가에 각자의 정답이 있습니다.
말 못할 상황 예측
자료를 조합해보면 앞으로 이런 흐름이 감지됩니다.
쿠팡의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더 정교해질 겁니다. 2025년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이미 문제가 제기됐지만, 쿠팡은 “일반적 마진 협상이고 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시스템이 멈출 가능성은 당장은 낮아 보입니다.
가격비교 매칭 알고리즘도 더 정교해질 겁니다. 지금은 상품명과 바코드로 매칭하지만, AI가 이미지와 스펙까지 분석하기 시작하면 단순한 이름 바꾸기로는 빠져나오기 어려워집니다.
결국 “진짜로 다른 상품”을 만드는 사람만 이 게임에서 살아남을 겁니다. 용량만 살짝 바꾸는 수준이 아니라, 구성과 경험과 스토리까지 다른 상품. 그래야 소비자도 납득하고, 알고리즘도 다른 상품으로 인식하고, 규제에도 걸리지 않습니다.
다이소 전용 화장품이 100만 개 팔린 이유가 그겁니다.
그냥 용량 줄인 게 아니라, 아예 다른 브랜드, 다른 경험, 다른 가격대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