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aS가 뭔지도 모르면서 매달 돈이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분 중에,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구독료를 정확히 모르는 분이 얼마나 될까요.
노션, 슬랙, 줌, 구글 워크스페이스, 피그마. 이름은 다 다른데, 이것들이 전부 같은 방식으로 돈을 가져간다는 걸 인식하고 있는 분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그 방식이 바로 SaaS입니다.
2026년 2월, 미국 주식시장에서 하루 만에 SaaS 기업들의 시가총액 약 3,000억 달러가 증발했습니다.
시장은 이걸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라고 불렀는데, SaaS와 종말(Apocalypse)을 합친 말이었습니다.
세일즈포스 주가는 2025년 말부터 2026년 3월까지 31% 빠졌고, 피그마는 상장 첫날 142달러에서 20달러대까지 추락했습니다.
이게 왜 남의 나라 주식 이야기가 아닌지, 지금부터 풀어보겠습니다.
SaaS가 정확히 뭔지부터 짚고 넘어가야 하는 이유
SaaS는 Software as a Service, 풀어서 말하면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지 않고 인터넷으로 빌려 쓰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CD로 프로그램을 사서 컴퓨터에 깔았잖아요. 지금은 그게 아니라, 매달 돈을 내고 웹에서 접속해서 쓰는 방식이 표준이 됐습니다.
구글 독스, 슬랙, 노션, 줌, 세일즈포스, 어도비 이게 전부 SaaS입니다. 우리가 무심코 쓰고 있는 도구 대부분이 이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거죠.
문제는 이게 점점 비싸지고 있다는 겁니다. Zylo의 2026년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한 곳이 SaaS에 쓰는 돈이 연평균 5,570만 달러입니다. 직원 1인당 SaaS 비용은 2025년 기준 4,830달러까지 올랐고, 전년 대비 21.9% 뛰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진짜 아픈 부분이 있습니다. SaaS 라이선스의 30~51%가 쓰이지도 않고 방치된다는 겁니다. Zylo 조사 기준으로 기업당 연간 약 1,800만 달러가 안 쓰는 소프트웨어에 날아가고 있습니다.
소규모 사업자나 1인 기업도 예외가 아닙니다. AI 구독 비용이 겹치면서 같은 기능을 이름만 바꿔서 세 번 결제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으니까요. 이끼 블로그
AI가 SaaS 판을 뒤흔든 진짜 사건의 흐름
사스포칼립스가 갑자기 터진 게 아닙니다. 쭉 쌓여온 균열이 있었습니다.
2025년 들어서 기업들이 SaaS 도구 수를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기업당 평균 SaaS 앱 수가 112개에서 106개로 줄었고, 기업의 82%가 소프트웨어 공급업체 수를 의도적으로 감축하고 있었습니다.
왜 줄였느냐. AI 코딩 도구가 등장하면서 “사람 다섯 명이 하던 일을 한 명이 할 수 있게” 되니까, 다섯 자리 라이선스를 살 이유가 사라진 겁니다.
결정적 방아쇠는 2026년 1월 말, 앤트로픽이 내놓은 ‘Claude Cowork’라는 AI 에이전트였습니다.
사람처럼 마우스와 키보드를 직접 조작하면서, 법무·재무·마케팅·데이터 분석 작업을 혼자 처리하는 도구였는데요.
이걸 본 투자자들이 “SaaS 라이선스가 필요 없어지겠구나”라고 판단하면서, 소프트웨어 주식에서 1조 달러 이상이 빠져나갔습니다.
좌석당 요금제(사람 수만큼 돈을 내는 방식)의 비중이 1년 만에 21%에서 15%로 떨어지고, 대신 쓴 만큼 내는 방식이 41%까지 올라온 것도 이 흐름의 일부입니다.
그렇다고 SaaS가 사라지느냐. 그건 아닙니다. 삼성SDS 분석에서도 지적했듯이, 소프트웨어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소프트웨어에서 돈을 뽑아내는 방식과 그 주인이 바뀌고 있는 것”에 가깝습니다.
기업의 핵심 데이터가 담긴 CRM이나 ERP 같은 시스템은 AI 에이전트가 아무리 똑똑해도 당장 대체하기 어렵습니다. 수십 년치 데이터와 업무 흐름이 거기 묶여 있으니까요.
오히려 AI 에이전트가 제대로 일하려면 그 데이터에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데이터를 쥐고 있는 기존 SaaS 강자들의 협상력이 어떤 면에서는 더 올라가는 역설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가트너가 2026년 말까지 기업 앱의 40%에 AI 에이전트가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동시에 AI 에이전트 프로젝트의 40% 이상이 2027년까지 취소될 거라고 경고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한국 시장에서 이게 왜 더 뼈아픈 문제인지
매쉬업벤처스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은 평균 130개 SaaS를 쓰는데 한국 기업은 20~30개 수준입니다. 한국의 SaaS 시장 규모도 2024년 기준 약 31억 달러로, 글로벌 대비 상당히 작습니다.
이건 “아직 덜 쓰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SaaS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쓰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어떤 도구가 SaaS인지도 모르면서 구독료를 내고, 왜 이 도구를 쓰는지 따져보지 않은 채 관성으로 결제하는 상황. 클라우드 비용이 약정을 걸어도 줄지 않는 이유도 결국 같은 맥락입니다. 이끼 블로그
AI 시대에 SaaS를 모르면 두 가지 함정에 빠집니다. 하나는 필요 없는 구독을 계속 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AI가 대체할 수 있는 일에 비싼 SaaS 라이선스를 유지하는 겁니다.
보통 사람이 챙길 수 있는 이익과 기회, 두 가지 길
여기서부터가 제일 중요합니다. 같은 상황이라도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비용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경로 A, 기존 SaaS를 그대로 쓰되, 낭비를 잡는 길
지금 쓰고 있는 도구들을 유지하면서, 안 쓰는 라이선스를 정리하고 AI 기능이 붙은 상위 플랜을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 항목 | 내용 |
|---|---|
| 뭘 하는 건지 | 현재 구독 중인 SaaS를 전수 점검하고, 안 쓰는 건 해지. AI 기능이 포함된 플랜으로 업그레이드할 건 올리고, 겹치는 건 하나로 통합 |
| 장점 | 이미 쌓인 데이터와 업무 흐름을 살릴 수 있음. 전환 비용 없음. 팀원 재교육 부담 적음 |
| 단점 | 구독료가 계속 오르는 추세(연평균 8.7% 인상). AI 기능 추가 시 기본 요금의 30~110% 추가 과금 가능성. 플랫폼에 종속됨 |
경로 B, 기존 SaaS를 줄이고, AI + 자동화로 직접 조립하는 길
AI 코딩 도구나 자동화 플랫폼(Make, n8n 등)을 써서, 비싼 SaaS가 하던 일을 직접 만들어 대체하는 방법입니다.
| 항목 | 내용 |
|---|---|
| 뭘 하는 건지 | Make 같은 자동화 도구와 AI 모델을 연결해서, 기존 SaaS 도구 2~3개가 하던 일을 하나의 워크플로우로 대체 이끼 블로그 |
| 장점 | 구독료를 크게 줄일 수 있음. 내가 원하는 대로 맞춤 설계 가능. 특정 플랫폼에 묶이지 않음 |
| 단점 | 초기 학습 시간이 필요함. 혼자서 유지보수해야 함. 기업용 규정 준수(컴플라이언스)가 어려울 수 있음 |
판단 기준, 당신의 상황이 어디에 해당하는지
| 조건 | 경로 A가 맞는 경우 | 경로 B가 맞는 경우 |
|---|---|---|
| 팀 규모 | 10명 이상, 이미 SaaS에 데이터가 쌓여 있음 | 1~5명, 또는 혼자 일하는 경우 |
| 월 SaaS 비용 | 100만 원 이상이지만, 핵심 업무와 깊이 묶여 있음 | 50만 원 이하인데 쓰는 기능의 절반도 안 씀 |
| 기술 역량 | API가 뭔지 모르거나, 배울 시간이 없음 | JSON이 뭔지 정도는 알거나, 배울 의지가 있음 이끼 블로그 |
| 운영 기간 | 3년 이상 같은 시스템을 써옴 | 사업 초기이거나, 시스템을 새로 세팅하는 시점 |
| 데이터 민감도 | 고객 개인정보, 재무 데이터를 다루는 업종 | 콘텐츠 제작, 마케팅, 단순 운영 업무 위주 |
팀이 크고 이미 데이터가 깊이 박혀 있다면, 무리하게 옮기는 것보다 안에서 낭비를 잡는 게 현실적입니다.
반대로 혼자이거나 작은 팀인데 매달 안 쓰는 구독료가 빠져나가고 있다면, 지금이 직접 조립하는 쪽으로 갈아타기 가장 좋은 시점일 가능성이 큽니다.
AI 도구의 품질이 올라가면서 과거에는 엔지니어가 필요했던 작업을 보통 사람도 할 수 있게 되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으니까요. 이끼 블로그
결국 이건 “도구를 아느냐 모르느냐”의 문제
SaaS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그 안의 판이 바뀌고 있고, 그 판을 읽느냐 못 읽느냐가 매달 나가는 돈과 직접 연결됩니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딱 두 가지입니다.
내가 매달 내고 있는 구독 목록을 한번 전부 꺼내서 보는 것.
그리고 그중에 AI가 대신할 수 있는 게 뭔지 따져보는 것.
이 두 가지만 해도,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과는 6개월 뒤에 차이가 벌어질 겁니다.
→ 관련글: 가장 현실적이면서 낮은 실패 확률 AI 선택 기준 가이드 이끼 블로그
Q&A
Q1. SaaS를 아예 안 쓸 수는 없나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메일 서비스(Gmail)도 SaaS이고, 클라우드 저장소(구글 드라이브, 드롭박스)도 SaaS입니다. 핵심은 “안 쓰는 것”이 아니라 “뭘 쓰는지 알고, 안 쓰는 건 끊는 것”입니다. 기업 기준으로 SaaS 라이선스의 30~51%가 방치되고 있으니, 정리만 해도 비용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Q2. 기존 SaaS를 유지하는 게 나을까, AI 자동화로 바꾸는 게 나을까?
팀이 10명 이상이고 3년 이상 같은 시스템을 써왔다면, 안에서 낭비를 잡는 편(경로 A)이 전환 비용 대비 이득입니다. 반대로 1~5명 팀이거나 사업 초기라면, 지금이 직접 조립(경로 B)으로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시점입니다.
Q3. AI 에이전트가 SaaS를 완전히 대체하게 되나요?
핵심 시스템(CRM, ERP 등)은 당분간 대체가 어렵습니다. 수십 년치 기업 데이터가 거기 묶여 있고, AI 에이전트가 일하려면 오히려 그 데이터에 접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체되는 건 그 주변의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되는” 보조 도구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Q4. 어떤 상황이면 SaaS 구독을 끊고 직접 만드는 게 맞을까?
세 가지 조건이 겹치면 검토할 만합니다. 월 SaaS 비용이 50만 원 이하인데 쓰는 기능의 절반도 안 쓰고 있을 때, API 연동이나 JSON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때, 그리고 콘텐츠·마케팅·단순 운영처럼 규정 준수 부담이 낮은 업무일 때입니다.
Q5. SaaS 비용이 계속 오르는데, 줄이는 현실적인 방법은 뭔가요?
첫째, 지금 쓰는 SaaS 전체를 리스트업하고 실제 사용률을 확인합니다. 둘째, 기능이 겹치는 도구를 하나로 통합합니다. 셋째, AI 기능이 포함된 상위 플랜으로 올릴 건 올리되, 사람 수 기반 요금제 대신 쓴 만큼 내는 방식을 협상합니다. 이 세 단계만 해도 20~30%는 줄일 수 있다는 게 현장의 중론입니다.


